
C형 간염 환자는 죄인인가?
오늘 외래를 보다가 황당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젊은 내외분이 아이를 데리고 오셨는데 부인이 환자분이시라 초음파를 하는데 남편분에게 초음파 실로 들어오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들어오시는 모양새가 영 내키지 않는 듯 여느 다른 가족들과 다른 모습이라 다소 의아해하였습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환자분의 간염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혹시 간경화로까지 진행은 되지 않았는지 걱정의 눈초리로 초음파의 소견을 하나라도 더 보고 하나라도 더 듣고자 눈동자가 초롱초롱한데 오늘 이 남편은 영 떫은 감씹듯이 들어오는 모양새가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초음파를 하기도 전에 남편의 첫 질문이 자기 아내가 왜 C형 간염이 생겼는가를 물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아내의 과거를 약간은 의심하는 말투라 순간적으로 초음파를 할려고 누워있던 환자분이 또 그런 말을 한다는 투로 짜증을 내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이런 말들이 오갔던 것 같았습니다.
얼마 전에도 C형 간염 환자 중에 C형 간염으로 진단된 후 부부싸음을 크게 해서 아내 되는 환자분이 펑펑 울면서 저희 병원으로 전화를 한 적이 있었던 관계로 이번에는 남편분에게 확실히 해 둬야겠다고 마음먹고 초음파는 접어두고 부부를 앉혀놓고 설명을 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부부 싸움을 크게 해서 환자가 입원(정말로)을 한 경우를 가지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당시 환자 부부가 처음에 C형 간염으로 진단을 받은 병원이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아x 중x병원이었는데 그 병원의 젊은 교수가 이 병은 "제 2의 에이즈"라고 설명하였던 모양입니다. 남편되는 보호자 말로는 자기가 몇 번이고 C형 간염이 에이즈와 비슷한 병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그 교수가 그렇다고 대답하더랍니다. 그러니 남편은 에이즈처럼 아이한테까지 전염을 시키는 불치병인 C형 간염을 시집오기전에 말하지 않고 감추고 왔다고 집에 오자마자 때리면서 큰 부부싸움이 났던겁니다. 그보다도 시댁 식구들까지도 합세해서 이혼을 요구하니 이 환자가 하루아침에 사면초가가 되었고 그래서 카페를 통해서 저한테 오게 되었습니다. 친정에서 치료비를 대줄꺼니 치료해 달라고 저한테 왔는데 참 기가 막혔습니다. 치료도 치료지만 그래도 남편분을 먼저 이해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부인에게 남편분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남편분에게 전화를 했더니 처음에 아x병원에서 들었던 그 교수의 말이 너무 뇌리에 박혔는지 아무리 이야기 해도 이해하려고 하지않았습니다. C형 간염은 부부관계로 옮길 수 있는 병이라는데 자기는 그런 병이 없으므로 다른 남자한테 옮았다는둥 참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자니 어이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젊은 교수가 C형 간염을 왜 에이즈에 비유했는냐 하면 C형 간염은 에이즈처럼 감염이 되어도 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치명적인 단계로까지 진행되는 병이므로 C형 간염도 에이즈처럼 진단되면 꼭 치료를 해야 된다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 비유인데 남편이 이 비유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에이즈와 비슷하다라는 사실에만 집착하다보니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C형 간염은 외국서적을 보면 "침묵의 역병"이라고도 비유합니다. 그만큼 소리없이 찾아오는 치명적인 질병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자신이 C형 간염에 걸린지도 모른 체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라는 뜻으로 많이 인용하고 있습니다.
환자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환자분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C형 간염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 1989년이고 검사도 1992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으니 C형 간염에 대해서 우리 의사들이 알면 어느만큼 알았겠습니까? 처음 인터페론으로 치료했을 때는 10%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 후 리바비린을 병용하면서 30~40%까지 치료효과를 올렸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요즘처럼 페그인터페론이 나오면서 이제는 평균적으로 1형이라도 50~60%, 2형은 80%까지 치료성적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C형 간염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수혈로 인해 전염이 되는 것은 일찍이 알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가까운 일본은 간염환자의 90%가 C형 간염이 원인인데 그러면 그 환자들은 모두 수혈이 원인일까요....일본 의사들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면 생각없는 그 젊은 교수 말대로 에이즈처럼 부부관계로 옮긴걸까요? 그것도 절대 아닙니다. 그러면 뭘까요? 아직은 아무도 그 질문에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지역의 독특한 풍토병"이 아닐까 ? 라고 생각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원인이 풍토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1997년(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인가 목포에 있는 "성 골롬반 병원" 에서 인근 섬 사람중에 C형 간염 검사를 했더니 수혈을 받았던 병력이 전혀 없는 섬사람중에 약 30%가 C형 간염 항체가 있어 당시 수혈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치료를 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 환자에게 그 병의 원인으로 이상한 눈초리를 가진다는 것은 안될일입니다. 그리고 일본 동경의대에서 발표한 연구를 보면 부부관계로 C형 간염이 옮을 위험은 1%내외 라고 하니 그다지 걱정할 필요 없는 정도입니다.
오늘 내원한 부인이 살짝와서 남편이 요즘 밤만 되면 애 데리고 다른 방에 자러 간다고 불평을 합디다. 이래서 되겠습니까?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B형 간염 환자에서 태어난 아이가 수직감염될 확률은 90%이지만 C형 간염을 앓고 있는 산모에게서 출생한 아이의 경우 C형 간염에 감염될 확률은 약 7% 정도로 매우 낮고 또 감염되었더라도 2-3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간염 바이러스가 소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C형 간염은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는 병이고 간염의 원인은 수혈이라는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경우 풍토병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 진료 중에 너무 힘들어하는 환자를 보니 퇴근 시간이 되어도 선뜻 집에 가질 못하고 몇 자 적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우 여러분 힘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