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마음 아픈 이야기입니다.
33세 살 간암이 의심되는 환자의 간조직 검사를 마치고 4시간 안정시킨 후 집으로 막 돌려보내고 착잡한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어제 오후 퇴근 무렵에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젊은 친구가 상당히 당황해하면서 진료실을 들어왔습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작년까지 분당에 있는 모 대학병원에서 매년 회사(금융권)건강검진에서 별다른 특이 소견을 지적받지 않았었는데 올해 갑자기 간염이 있으면서 복부 단층촬영에서 간에 간암이 의심되는 혹이 관찰되었으니 내원하라는 연락을 받고 그 대학병원에 갔다가 CT 사진을 들고 인터넷을 통해서 저의 병원을 소개받고 내원한 것입니다.
퇴근시간이 다 되어 병원이 다소 부산한 가운데 혈액검사 시켜놓고 CT 사진을 보니 전형적인 간암소견을 보이는 직경 4cm 약간 넘는 종양이 간우엽의 하단쪽(S6)에 있었습니다. 약간은 비전형적인 혈관종 소견일 수도 있을 것 같아 가족력을 물어보니 가족 중에 간질환 병력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간조직 검사가 필수적이라 내일 일단 간조직 검사를 합시다라고 하고 간조직 검사할 위치를 잡으려고 초음파를 보니 간조직 검사를 하기가 상당히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부터 20년 넘게 수도 없이 간암 조직을 조직 검사해 왔지만 아직도 이 환자처럼 우측 콩팥에 딱 붙어 있는 경우는 아직도 손이 떨리거든요...
오늘 아침부터 오후에 간조직 검사를 한다고 생각하니 참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어제 초음파 마치고 제 진료실에서 이야기하는데( 퇴근 시간이 넘어서 병원 식구들은 모두 퇴근 한 시간) 자기는 간암이 걸리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겁니다. 간암에 걸려도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은 이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눈물이 나서 같이 울었습니다.
이야기 중에 환자의 부인이 현재 “ 망막색소변성증” 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서 조만간 시력을 잃게 된다는 겁니다. 이 병은 매스컴을 통해서 “틴틴파이브” 중에 이동우라는 가수가 서서히 시력을 잃어 나중에 앞이 안 보이게 된 그 사연 때문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병이지 않습니까!
야! 이거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냐! 한참을 둘이 울고나서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지 하는 문제가 환자 본인의 문제만이 아니고 어느새 이 친구의 어려움을 내가 좀 들어 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만약에 간암으로 진단이 되면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부터 부인에게는 어떤 조치를 해줘야 될는지 등등 어린 두사람이 어려움이 앞으로 닥치겠지만 최소한 그 어려움을 줄여주고 가장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자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오늘 간조직 검사를 하는데 갈비뼈 사이의 간격이 워낙 좁아서 조직 검사 바늘이 안 들어 갈 정도여서 30분 정도 씨름을 하다가 간신히 조직 검사를 마쳤습니다. 환자가 다소 비만한 상태라 이런 경우 어제 초음파를 보면서 예상을 했었지만 어쨋든 어렵게 간조직 검사를 하고 4시간 누워 있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너무 착해서 33살이 아니고 3살짜리 어린애 같았습니다. 어제 밤새 지금의 아내가 그 모진 병을 앓지 않았다면 자기는 간암 환자라 아내와 이혼을 해서 아내만이라도 행복하게 살게 해주고 싶은데 아내가 그런 몹쓸 병을 앓고 있으니 그렇게도 할 수 없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참 !
환우 여러분에게 좋은 이야기도 아니고 이런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겠지만 언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된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이 환자분은 제가 힘닿는 데까지 잘 이끌어서 좋은 치료를 하도록 해드릴까 합니다. 환우 여러분도 이 착한 환자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격려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