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 환자를 놓쳤어요!!
오늘 밤은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퇴근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집에 갈 생각 없이 이렇게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불현듯 누군가에에게 말하지 않을 수 없어 몇 자 적어 봅니다.
이 환자분과는 2004년부터 환자로 알게 되었으니 어림잡아 7년 정도 진료를 본 셈입니다. 이 환자분의 딸도 역시 B형 간염 환자라 부녀가 같이 저희 병원을 오다가 몇 해 전에 따님은 결혼을 해서 시댁 근처 병원으로 보내고 요즘은 혼자 멀리 서울을 오고 있습니다.
2004년 처음 내원하셨을 때 간 조직 검사 결과 활동성 간염과 초기 간경변증 소견이 같이 동반되어 있는 다소 만성 간염이 오래 진행된 경우였습니다. 처음에는 제픽스로 치료하다가 작년부터는 제픽스 내성으로 인해 헵세라와 세비보로 치료 중에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초기 간경변증 환자가 대개 그렇듯이 간 기능은 정상 소견을 보이고 항바이러스제 치료에 잘 반응했기 때문에 간 초음파도 초기보다는 간의 매질이 많이 호전되어 환자나 저나 별로 문제없이 오늘까지 왔었습니다.
2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오시는 분이시라 오늘도 예외 없이 혈액검사하시고 수액제을 원하셔서 맞으시고 제 외래에 오셨는데 오늘 한 검사 결과를 보는데 지금까지와 달리 다소 수척해지신 모습이라 어디 불편하시냐고 여쭈었더니 체중이 조금 빠지셨다고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어 좋지 않은 징후 중에 하나가 체중 감소인데 최근 간 초음파를 안한 기억이 있어 간 초음파를 언제 하셨습니까 물었더니 올해는 공무원 신체검사가 있어 근무처 가까운 병원에서 9월에 초음파 검사를 받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본원에서는 작년 12월에 초음파 검사를 하셔서 간경변 환자는 3-4개월마다 간 초음파를 해야 하기에 초음파 하신지도 3개월 지났고 무엇보다도 체중 감소가 신경이 쓰여 초음파를 했습니다.
우선 간 우엽부터 좌엽으로 쭉 스크리닝을 해봤더니 다행히 병변이 없어 다행이다 싶어 다소 안심이 되어 다시 환자를 좌측으로 돌아눕게 하고선 본격적으로 간의 구석구석을 스캐닝 하는데 아뿔싸 간의 가장 위쪽인 S8쪽에 간암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초기가 아닌 4~5 cm 정도 되는 종괴로 전형적인 간암 모양은 아니지만 간암의 전단계로써 간경 변환자에게서 빈번히 관찰되는 이형성 결절치고는 종괴가 커서 환자분에게 복부 단층촬영(CT)을 바로 해야겠다고 말씀드리고 간호사에게 인근에 있는 방사선과에 연락해서 바로 CT를 찍어 오도록 하였습니다.
사진 찍으러 보내놓고 그 환자분이 걱정이 되어서 다른 환자들이 눈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환자분 입장에서는 아침 잘 드시고 진료하러 서울까지 몇 시간 버스 타고 오셔서 혈액검사하고 늘 하던 대로 간 초음파 찍었는데 오늘따라 안 원장이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또 CT까지 찍어 오라니
환자가 바보가 아니면 뭔가가 잘못됐구나 싶을 텐데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을까 싶어 다른 환자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사선과에 택시 타고 갔더니 벌써 CT 찍고 판독을 기다린다고 하셔서 판독실에 가서 방사선과 선생님과 사진을 보는데 간암이 아니었으면... 하는 저의 바램과는 달리 제가 본 초음파와 한치의 차이도 없이 S8에 크기도 4.5cm 였습니다.
CT 사진이 담긴 CD를 들고 오는 제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운데 환자분은 도리어 저를 보시면서 안 원장이 있어 든든하다고 하실 땐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환자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 말 밖에는..
병원에서 기다리는 환자분들께는 미안하지만 마침 점심시간이라 뭔가 대접해야 할 것 같아 병원 근처 와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앞으로의 걱정 때문이신지 식사를 앞에 두고 통 드시지를 않으시고 많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수술은 할 수 있는지? 수술을 한다면 근무는 얼마 정도 쉬어야 하는지? 수술 후 다시 복직은 할 수 있는지 등등...
다소 암의 크기가 생각보다는 커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가 없어 수술할 수 있는 위치이고 벌써 저희 병원 간호사가 삼성의료원에 진료를 다음 주 월요일 1시 30분에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다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다소 안심을 하시고는 식사를 하셨습니다.
병원에 오니까 간호사들이 지금까지 검사 결과지와 진료의뢰서를 동봉한 봉투를 챙겨줘서 삼성의료원 진료선생님께 환자분에 대한 간단한 병력과 잘 부탁드린다는 부탁의 말을 곁드린 소견서를 따로 정성을 들여 써 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서류들을 진료 보시는 선생님께 직접 드리면 삼성 의료원에서 진료 보시는 선생님이 저를 잘 아시니까 저를 보듯 진료를 잘 해 주실 거라고 안심시켜드리고 고향으로 가시게 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시간 내내 무슨 정신으로 환자를 봤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이런 결과가 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건진을 했든 안했든 제 스케줄대로 혈액검사하고 초음파하고 했으면 좀 더 일찍 간암을 찾아 훨씬 좋은 상황에서 수술을 받았을 텐데 어찌 되었던 오늘도 다시 한 번 확인한 사실은 간경변 환자는 3~ 4개월에 한번은 꼭 간초음파를 하셔야 하고 6개월에 한번은 CT를 찍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꼭!!입니다.
환우 여러분!
이 환자분처럼 간암이 오는 사태까지는 와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염이던 간경변이던 초기에 강력한 항바이러스제로써 B형이던 C형이던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할 수 있는 약제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