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형 간염에서 간경변 없이 바로 간암으로 진행한 경우
35세 남성이 3개월 전부터 시작된 우상복부 둔통, 즉 우측 갈비뼈 안쪽으로의 통증과 오른쪽 어깨로 전해지는 통증이 심해서 내원하였습니다.
통증의 정도는 가끔씩 숨을 못 쉴 정도의 심한 통증이 있다 없다 반복하였는데 최근 그 통증의 빈도가 잦아져서 한의원에 갔더니 등과 어깨에 침만 며칠 계속 맞았는데 증상의 호전이 없어 환자의 연고지인 인천 소재 G 대학병원에서 우상복부 둔통을 흉통으로 알고 호흡기 내과에서 진료받던 중 통증이 심하고 간염 보균자의 병력이 있어 저희 병원으로 내원하였습니다.
환자의 병력상 B형 간염 보유자로서 20대 초에 간염으로 인해 군 면제를 받았고 2007년까지는 가까운 병원에서 간 검사 결과 비활동성 간염으로 진단되어 특별한 치료 없이 생활하였고 최근 3년간은 검사 없이 지내셨음. 체중은 줄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최근 3개월 동안 10Kg 줄었다고 하심
환자가 어깨에 통증이 있을 정도라면 아마도 우측 간 제일 상부에 간암이 커지면서 횡격막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에 어깨가 아픈 것인데 일반적으로 이 정도면 수술을 못하는데 혼자 속으로 걱정하면서 내 진단이 틀리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B형 간염 환자에 대한 일반 혈액검사와 활동성을 보는 유전자 검사 그리고 간암 표지자인 알파태아단백(AFP) 검사를 내놓고 바로 초음파실로 가서 간을 보았습니다. 초음파 탐촉자를 간부 위에 대는 순간 내 눈앞에 간암이 분명한 커다란 혹이 우측 간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암의 직경이 약 20cm 정도 될 정도로 크면서 주위 문맥을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환자에게 일단은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차근히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초음파 보면서 설명을 했습니다. 가족관계며(아직 미혼이라고 하네요) 직장이며 이 환자의 초음파 소견은 암을 제외하고는 주위 간은 간경변 소견이 없이 깨끗하게 관찰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간염이 간경변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간염에서 간암으로 진행하는 드문 경우인데 이 환자처럼 젊은 나이에 간암이 오게 되면 이런 식으로 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암으로 유전적 변이를 일단 일으키면서 바이러스가 빌붙어살고 있는 간세포의 유전자와 암으로 변한 바이러스 유전자가 합쳐지면서 간세포가 자라면서 암이 자란 경우입니다.
몇 해 전에도 대학수능 치고 합격을 기다리던 고 3년생이 똑 같이 이 병으로 생을 마감한 적이 있어 오늘 제 마음이 무척 답답하고 힘이 빠집니다. 검사 결과 기다리는 동안에(저희 병원은 1-2시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가까운 병원에 CT를 찍으러 보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우리가 꼭 잊어서는 안 되는 점은 군에 간염으로 면제가 될 정도였으면 적어도 활동성 간염이 20대 초반에 있었다는 것인데 그 후에 검사 결과 비활동성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는 결코 치유된 상태로 평생 안심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언제든지 B형 간염 유전자는 다시 정상보다 증가되고 간염 수치가 올라가는 간염의 재활성화가 될 수 있고 이것으로 인해 간경변으로 진행할 수 있거나 심지어 이 환자처럼 간암으로까지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합니다.
환자가 곧 검사하고 CT를 가지고 올 텐데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럴 때가 의사가 된 것을 제일 후회하곤 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