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 치료는 어디까지 왔는가?
얼마전부터 아침 9시에 진료가 시작되면 저는 매일같이 토끼같은 예쁜 딸 둘과 아직 40대 초반의 젊은 아내를 데리고 오는 40대 중반의 간암환자를 제일 먼저 진료한다.
이 환자분은 B형 간염 보균자로서 대부분의 간암환자와 달리 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간경변증을 거치지 않고 간염에서 바로 간암으로 진행된 아주 보기 드문 경우이다.
평소 B형 간염을 가지고 있다는 부담감으로 늘 병원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간염치료에 소홀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본인이 때늦은 후회를 하였다. 처음 제 외래에 온 것은 우측 상복부 갈비뼈 바로 아래에 뭔가 뻐근한 통증이 있으면서 우측 어깨죽지가 결려서 침을 몇번 맞아도 낫질 않아서 내원하게 되었다.
내원당시 이미 수술하기에는 너무 간암의 크기가 커서 저희 병원과 가까운 서울 S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기로 하고 이 환자를 전원시켜 드렸다.
이 환자의 경우처럼 간암은 B형 간질환, C형 간질환, 알코올성 간질환 및 지방간질환등 만성 간질환이 원인이 되며 다른 암에 비해 관리도 까다롭지만 재발을 잘 한다.
다른 암들은 암을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완치 가능하지만 간암만은 조기에 간암을 발견했다하더라도 이미 간경변증이 심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
간암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위암과 폐암에 이어 암 등록 순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개 35세에서 65세 사이에 발병한다. 이 시기는 사회 경제적으로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 환자처럼 간암에 걸리게 되면 본인도 불행하지만 더 나아가 가족전체의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10년전만 해도 간암을 진단하는 방법들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아서 이 환자처럼 증상이 생긴 후에 진단된 경우는 암이 많이 진행되어 있고 간기능 또한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 치료기회를 기대하기 어려워 평균 생존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매우 불량한 예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암의 고위험군(B형,C형 간질환, 알코올성 간질환 및 지방간질환등)에 대한 선별검사로써 간암의 조기 진단이 가능하게 되고 간기능 저하에 대한 내과적 치료법들이 발전되었고 또 수술적 치료이외에 인터벤션이라는 영상의학과에서 시행하는 비수술적 치료법들로 인해 좋은 치료성적을 보이고 있다.
간암의 치료는 간절제술과 간이식술을 받을 수 있으면 제일 좋다. 간절제술은 간암을 완전히 없애준다라는 뜻이므로 할 수만 있다면 제일 바람직한 치료법이다. 다만 간이외에 전이가 없어야 하고 간암의 혈관침범이 없어야 가능한데 대부분 간암의 진행된 정도와 간암의 위치, 잔여 간기능과 전신상태의 불량한 정도를 고려할 때 간절제술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간이식술은 간암뿐만 아니라 기존의 간경변증까지 치료할 수 있어 더욱더 획기적이 방법이기는 하나 뇌사자 간이식이든 생체 간이식이든 장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또 간이식후 여러 합병증에 대한 대처가 필요해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 .
수술적 치료법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비수술적인 인터벤션 치료법을이 많이 이용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간암의 치료는 절대적으로 간암부위를 절제해서 완치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전체 간암 환자의 70~80%는 수술을 하기에는 절제한 후 남아 있는 정상적인 잔여 간기능이 너무 적거나 아니면 간암이 문맥에 이미 침범되어 수술하더라도 곧 재발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간암의 비수술적 치료법중에 과거에는 간동맥 색전술이 많이 시행되었지만 현재는 고주파열치료법, 약물 방출 미세구를 이용한 경동맥 화학색전술등 다양한 방법들이 추가되어 많이 시행되고 있다.
간동맥색전술은 환자가 사타구니에 국소마취만하고 누워있고 사타구니 근처 대퇴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릉 이용하여 복부대동맥에서 간동맥을 찾아 간암에 약물을 주입하여 간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외 고주파열치료법이 있는데 이것은 초음파를 이용하는 것으로써 초음파유도하에 간암 병변에 바늘을 찔러 바늘에 고주파열을 가해 간암을 하얗게 태워 죽게하는 원리이다.
이와같이 간암치료는 다양하면서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어떠한 치료방법이 초기 치료로써 가장 좋을 것이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제가 의과대학에서 재직시 간암의 치료는 어느 특정한 과에서 단독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방사선 종양학과, 심지어 이식외과 , 핵의학과, 정신과 , 영양과, 간호과등등 여러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유니트를 형성해서 유기적으로 협조체계를 이루다 보니 환자의 간암정도, 간기능 상태, 전신상태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어떤 치료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지를 결정하는 환자중심의 진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의학이 지향해야할 바람직한 발전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흐뭇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