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간도 크다', '간이 콩알만 해졌다', '간 떨어질 뻔했다', 등등 사람들은 많고 많은 인체의 기관 중에서 왜 하필 간을 이렇게 들먹이는 것일까. 간이란 기관이 그만큼 중요하고 인체를 대표할 만큼 값어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각종 대사작용은 물론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제2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하며 질병이 생겨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큰 병을 불러오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린다. 그러므로 발병하기 전 관리는 물론 정기적인 검진으로 간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래저래 간의 이상은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간이 우리에게 보내는 SOS 신호는 있다. 이것을 잘 포착해내는 것이 간질환을 예방하고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피곤하고 황달 있으면 간세포 손상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대사, 해독, 배설 작용을 담당한다. 피막에만 신경이 있어서 간 손상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통증을 느낄 수 없지만 일단 통증이 올 정도의 간 손상이 있으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장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이미 중증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원인 중 약 10%가 간 질환이며 중년 남성의 사망원인에서는 간질환이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다른 장기에 비해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
간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무력증이다. 과로를 한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아닌데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면 간의 이상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구역질과 구토,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칫솔질을 할 때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간의 이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상복부가 은근히 불쾌하거나 통증이 올 수도 있으며, 눈과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세가 있으면 간장애가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징후이다.
또한 간이 나빠지면 간세포에서 혈액응고인자들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여 잇몸 출혈이 생기거나 코피가 자주 나기도 한다. 이 밖에 간경변 등으로 증상이 심해지면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기며, 식도정맥이 터져 입에서 피를 토하는 응급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간질환,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간 조직이 파괴되는 간염은 간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7 종류의 간염 바이러스 중 A, B, C형 간염이 주로 문제가 되며 그 외에 알코올성 간염이나 지방간염 등도 있다.
급성 간질환을 일으키는 A형 간염은 보균자의 대소변에 의해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되므로 발병률이 낮은 편이다. 이와는 달리 B형과 C형 간염은 만성 간질환을 유발하기 쉬운데 이 중 B형 간염은 성인의 7%가 보유자일만큼 흔하다. 대부분 아기 때 감염되는 B형 간염은 절반 이상이 만성 간염 또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며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전체의 1~5%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간염 바이러스는 건강한 피부를 통해 전염되지는 않지만 만약 피부에 작은 상처가 있다면 감염될 수 있다. 간염 바이러스는 다른 체액보다 혈액과 정액에서 많이 검출되므로 소독되지 않은 주사기 사용이나 문신 시술, 성 접촉으로 많이 감염된다. 간염 환자라도 침이나 땀에서는 많은 양의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므로 전염이 잘 되지 않지만 술잔을 돌리거나 음식을 한 그릇으로 먹는 것, 칫솔을 나눠 쓰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제대로 소독되지 않은 침이나 뜸, 귀 뚫기 등도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간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
A형과 B형 간염의 예방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조기 예방접종과 위생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A형 예방백신은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10년 이상 면역력이 생기고 B형 간염백신은 백신의 종류에 따라 접종 일정이 약간씩 다르지만 3회에 걸쳐서 접종하도록 되어있다. 기본 3차 접종은 0, 1, 6개월 이거나 0, 1, 2개월로 받게 되어 있다. 특히 C형 간염의 경우는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손을 자주 씻고 칫솔, 면도기 등을 함께 쓰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대부분 수술 시 수혈을 받거나 혈액으로 만든 약물 복용으로 감염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